과거사 재심청구권자 사건
<헌재 2026. 6. 24. 2021헌바145, 284, 290(병합) 형사소송법 제424조 제4호 위헌소원>
이 사건은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가 사망한 경우, 그 재심청구권자를 그 배우자, 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로 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424조 제4호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2조 제1항 제3호, 제4호에 규정된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에 적용하는 것은 재심청구권자가 아닌 친족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결정한 사안이다. |
【사건의 배경】
1. 2021헌바145, 284
가. 청구인 박○○은 망 박□□의 조카이고, 청구인 조○○는 망 오○○의 제수이며, 청구인 송○○은 망 송□□의 조카이다. 망 박□□, 망 송□□은 혼인하지 아니한 채 사망하여 배우자와 직계비속이 없고, 그 직계존속 및 형제자매도 모두 사망하였다.
나. 위 망인들은 이른바 ‘여수·순천 사건’에 연루되어 포고령 제2호 위반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망인들은 전주형무소에 수감되었다가 대전형무소로 이감된 후, 1950. 6. 28.경부터 같은 해 7. 17.경 사이에 방첩부대, 헌병대, 경찰 등에 의하여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법적 절차 없이 살해되었다.
다. 청구인들은 위 판결에 대하여 재심청구를 하였으나, 법원은 청구인들이 형사소송법상 재심청구권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심청구를 기각하였다. 청구인들은 형사소송법 제424조 제4호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2021헌바290
가. 청구인 지○○은 망 지□□의 조카이다. 천주교 성직자였던 망 지□□은 배우자와 직계비속이 없고, 그 직계존속 및 형제자매도 모두 사망하였다.
나. 망 지□□은 이른바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에 연루되어 대통령긴급조치 위반, 내란선동 및 특수공무집행방해로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5년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망 지□□은 1993. 3. 12. 사망하였다.
다. 청구인 지○○은 위 판결에 대하여 재심청구를 하였으나, 법원은 청구인 지○○이 형사소송법상 재심청구권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심청구를 기각하였다. 청구인 지○○은 형사소송법 제424조 제4호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424조 제4호 중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가 사망한 경우’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결정의 주요내용】
1. 심판대상조항은 그의 가까운 친족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로 재심청구권자를 한정하고 있다. 이는 무고한 자를 구제하고 망인과 친족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구체적 정의 내지 재판의 적정성과 법적 안정성을 조화시키기 위한 것으로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그러나 2021헌바145, 284 사건의 청구인들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1945년 8월 15일부터 한국전쟁 전후의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민간인 집단 사망·상해·실종사건’(이하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이라 한다)과 관련하여, 2021헌바290 사건의 청구인은 제2조 제1항 제4호의 ‘1945년 8월 15일부터 권위주의 통치시까지 헌정질서 파괴행위 등 위법 또는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발생한 사망·상해·실종사건, 그 밖에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이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이라 한다)과 관련하여 각각 유죄의 선고를 받은 후 사망한 자의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가 아닌 친족에 해당한다.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민간인 집단희생사건과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은 일반적인 형사사건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건 유형에 해당되는바, 심판대상조항 자체에 일반적으로는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민간인 집단희생사건과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심판대상조항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재판청구권에 관한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다.
민간인 집단희생사건과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은 국가기관이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사후에도 진실규명을 억압함으로써 오랜 시간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위 유형의 사건들에서는 피해자가 혼인도 하지 않은 채 사망하거나, 온 가족이 희생되는 등 국가기관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적법한 재심청구권자가 부존재하게 된 경우들이 다수 존재한다. 설령 재심청구권자인 친족이 남아있더라도 국가가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등으로 인하여 형사재심을 청구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였다.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 비로소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게 되었으나,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여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자는 물론, 그 배우자, 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마저 사망한 경우도 빈번하였다. 즉, 위 유형의 사건들에서 적법한 재심청구권자들이 재심을 청구할 수 없게 된 데에는 국가가 주체가 되어 불법행위가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국가의 방해로 인하여 재심청구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사정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형사소송법은 배우자, 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가 없는 경우에도 검사에 의한 재심청구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 유형의 사건들이 국가의 불법행위에 의하여 이루어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피해자들에 대한 권리구제를 국가에게만 맡겨두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재심청구권자가 아닌 친족이 검사의 직권재심청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 등도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위 유형의 사건들에서 재심청구권자가 아닌 친족의 재판청구권이 실효적으로 보장되기 어렵다.
위 유형의 사건들과 같이 헌법상 기본권 보호의무를 지는 국가가 그 의무를 위반한 채 오히려 판결이라는 형식을 빌려 국민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저지른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있어서까지, 그 유죄의 확정판결을 유지함으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법적 안정성의 요청이 재심청구권자가 아닌 친족의 재판청구권 보장의 필요성을 희생시킬 정도로 중대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아울러, 위 유형의 사건의 경우 재심대상과 재심이유가 엄격하게 한정되어 있고, 유죄의 확정판결은 재심판결이 확정된 때에야 비로소 효력을 상실하므로,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의 배우자, 직계친족 및 형제자매로만 재심청구권자를 한정하지 않더라도, 판결의 확정력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법적 안정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상과 같은 점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 가운데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법적 안정성만을 지나치게 중시한 나머지 합리적 이유 없이 위 유형의 사건들에 관한 재판청구권의 보장 필요성을 외면한 것으로서 입법형성의 한계를 일탈하여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2. 그러나 심판대상조항 가운데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할 경우, 위 유형의 사건에서 배우자, 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 역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없어지게 된다. 한편, 위 부분의 위헌성을 제거함에 있어서는 입법자의 입법재량이 인정된다. 이러한 이유로 심판대상조항 가운데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대신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2027.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위 부분의 위헌성을 제거하고 합리적인 내용으로 법률을 개정할 때까지 이를 계속 적용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2인 재판관 반대의견의 요지】
심판대상조항은 망인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그의 가까운 친족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로 재심청구권자를 한정하고 있는데, 이는 구체적 정의 내지 재판의 적정성과 법적 안정성을 조화시키기 위한 것으로서 지나치게 자의적인 입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재심청구권자가 아닌 친족이라 할지라도 망인에 대하여 가지는 경애와 추모의 정이 배우자, 직계친족 및 형제자매와 다르지 않은 경우도 상정하여 볼 수 있다. 그러나 친족에는 배우자, 혈족 및 인척이 모두 포함되므로, 이들을 모두 재심청구권자로 규정할 경우, 확정판결의 효력이 지나치게 장기간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될 우려가 있다. 친족 가운데에서도 유죄의 선고를 받은 당사자와 ‘사실상·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등으로 한정을 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으나, 망인과의 교류 여부 등 주관적인 사정에 따라서 재심청구권자의 범위가 결정되는 등으로 인하여 법적 불안정성이 확대될 수 있다.
구체적인 현실에서는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가 사망한 경우 그 배우자, 직계친족 및 형제자매가 없는 경우들이 발생할 수 있고, 특히 이는 당해 사건들과 같이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서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은 재심청구권자인 친족이 없는 경우에도 검사에 의한 직권재심청구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위 규정을 근거로 위 유형의 사건들에 대하여도 검사의 직권재심청구가 이루어졌다. 한편, 과거사 사건과 관련된 특별법들은 형사소송법 제424조의 적용을 배제하는 특별재심조항을 둠으로써, 법원이 재심청구권자의 범위를 보다 넓게 해석할 여지를 열어 두고 있다.
우리 형사사법체계에서 재심청구권자의 범위가 형사절차에 관한 일반법인 형사소송법에 의하여 통일적이고 엄격하게 규율되어 왔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재심청구권자에 관한 일반조항인 심판대상조항에서 특정한 개별 사건의 재심청구권자를 규정하는 것이 체계상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아울러, 위 유형의 사건에 있어서 정의의 요청이 법적 안정성의 요청을 물리쳐야 할 만큼 중대하다는 추상적인 이유를 들어 재심청구권자를 다른 사건과 달리 규정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은 형사소송법을 중심으로 한 형사사법절차 체계에 혼란과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이상과 같은 점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이 재심청구권자의 범위를 자의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위해 구체적 정의 내지 재판의 적정성을 현저히 희생시켰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헌법 제27조 제1항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