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적 기본권 및 형사관계에 관한 결정
88헌가5등
사회보호법 제5조의 위헌심판
별칭 : 보호감호 사건
D88K005.hwp
판례집 1권 69면
가. 사건의 배경
이 사건은 제5공화국 당시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제정되었던 법률 중의 하나인 구 사회보호법 제5조가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가 다투어진 사건으로 위헌법률심판에 있어 그 적법요건인 재판의 전제성에 관한 최초의 결정이었던 사건이다.
구 사회보호법(1989. 3. 25. 법률 제40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는 보안처분의 하나로서 보호감호의 구성요건을 설정하였는데 그 내용은 동종 또는 유사한 죄로 전과나 감호처분을 선고받은 자가 일정한 법정형 이상의 동종 또는 유사한 죄를 다시 범하거나(제1항과 제2항) 또는 상습범죄자나 특별히 위험한 범죄자(범죄단체의 수괴 및 간부)가 일정한 법정형 이상의 죄를 다시 범한 때(제2항)에는 그 죄에 따른 형사처벌 외에 별도로 10년 또는 7년의 보호감호에 처하도록 규정하였다. 그런데 동조 제1항은 법정의 요건에 해당되면 재범의 위험성 유무에 관계없이 법관이 보호감호 10년(50세 이상은 7년)을 반드시 의무적으로 선고하도록 하고 있었고(필요적 보호감호), 동조 제2항은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만 보호감호 7년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임의적 보호감호).
보호감호청구사건의 피감호청구인들은 제1심 법원에서 각각 보호감호 7년 또는 10년씩을 선고받고 항소하였으나 항소가 기각되자 다시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였는데, 대법원은 직권으로 사회보호법 제5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한편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을 심리하던 중 사회보호법 제5조가 일부 개정(1989. 3. 25. 법률 제4089호)되었는데 그 주요내용은 구법상의 필요적 보호감호를 없애고 각호의 법정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법관이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 보호감호를 선고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보호감호시설에의 수용은 7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였으며(제7조 제3항 신설) 신법 시행 당시 재판이 계속중인 감호사건에 대하여는 신법을 소급적용하도록 하였다(부칙 제4조).
나. 결정의 주요내용
이 사건에서는 재판관들의 견해가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4인의 재판관은 제5조 제1항에 대해서는 위헌, 제2항에 대해서는 합헌의견, 2인의 재판관은 재판의 전제성이 없어 각하하여야 한다는 견해를, 다른 2인의 재판관은 심판대상인 제5조 제1항과 제2항 전부에 대한 위헌의견을, 다른 1인의 재판관은 제5조 제1항 제1호에 대해서만 각하,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위 4인의 의견과 같은 견해를 각각 제시하였다. 헌법재판소는 결국 위 4인의 의견이 결정의 주문내용이 되어 구 사회보호법 제5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되고 동법 제5조 제2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하였다.
헌법재판소는 법률의 위헌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법률의 위헌여부를 심판할 수 있는데, 이 사건의 심리중에 구 사회보호법 제5조 제1항과 제2항이 피감호청구인들에게 유리하게 개정, 시행되었고 신법의 부칙에서는 신법 시행 당시 재판이 계속중인 감호사건에 대하여는 신법을 소급적용하도록 규정하였다. 그러나 신법이 구법 당시 재판이 계속중이었던 사건에까지 소급하여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실체적인 규정에 관한 한 오로지 구법이 합헌적이어서 유효하였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다시 그 위에 신법이 보다 더 피감호청구인에게 유리하게 변경되었을 경우에 한하는 것이므로, 신법이 소급적용되기 위한 전제로서 구법에 대한 위헌여부가 문제되기 때문에 위 법률조항에 대하여 심판의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보호감호처분과 형벌은 비록 다같이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수용처분이라는 점에서 집행상 뚜렷한 구분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본질과 추구하는 목적 및 기능이 전혀 다른 별개의 제도이므로 형벌과 보호감호를 서로 병과하여 선고한다 하더라도 헌법 제13조 제1항이 정하는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
보안처분은 죄를 범한 자 중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사람에 한하여 그 위험성에 대하여 부과하는 특별예방적 목적처분이므로 보안처분의 핵심은 재범의 위험성에 있는 것인바,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12조 제1항에서 구현된 죄형법정주의의 보안처분적 요청은 재범의 위험성이 없으면 보안처분은 없다는 뜻을 내포한다. 재범의 위험성은 보안처분으로 인한 신체의 자유박탈이라는 인권제한과의 비례(균형)원칙상 단순한 재범의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고 상당한 개연성을 요구하며 그 판단은 전과 이외에도 범행의 의의와 행위자의 연령·성격·가족관계·교육정도·직업·환경·당해 범행 이전의 행적·범행의 동기·수단·범행후의 정황과 개전의 정 등을 총체적으로 평가하여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구 사회보호법 제5조 제1항과 관련하여 보면 동 조항의 법정요건에 해당된다는 것만으로는 바로 재범의 위험성이 증명된다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위 법률조항은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에서 구현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반된다. 또한 위 법률조항은 동법 제20조 제1항의 단서 규정과 종합하여 해석할 때 법정의 구성요건에 해당되면 재범의 위험성 유무와 상관없이 반드시 그에 정한 보호감호를 선고하여야 할 의무를 법관에게 부여하여 법관의 판단재량을 박탈하고 있는 것이므로 국민의 법관에 의한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구 사회보호법 제5조 제2항과 관련하여 보면 동 조항이 보호대상자를 '7년의 보호감호에 처한다'라고 규정하여 규정 형식상 비록 7년의 정기보호감호의 형식으로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동법 제5조에 정한 보호감호는 보안처분으로서의 본질상 재범의 위험성이 소멸되면 더 이상 계속될 수 없는 성질의 것임이 명백하고, 동법 제25조 제1항에 매 2년마다 가출소심사를 통하여 보호감호의 부정기성을 구현하고자 하는 입법자의 의지가 명백히 나타나 있으므로, 위 법률조항에 정한 7년의 기간은 단지 보호감호 집행상의 상한을 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위 법률조항은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이에 대하여 한병채, 김양균 재판관은 구 사회보호법 제5조의 규정이 신법에 의하여 개정되어 종전보다 유리한 신법으로 소급적용하도록 되었다면 구법에 대한 위헌심판은 그 전제성이 없어졌다고 하거나(한병채 재판관), 제청법원은 신법에 따라 보호감호청구사건을 처리할 수 있으므로 구법에 대한 위헌판단의 필요가 없다(김양균 재판관)고 하여 심판청구는 각하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변정수, 김진우 재판관은 구 사회보호법 제5조의 보호감호는 형벌과 동일하므로 형의 선고와 함께 보호감호를 선고하는 것은 헌법 제13조 제1항, 제12조 제1항에 위반되고, 동조 제2항은 형의 집행의 종료시점에서 재법의 위험성에 비례해서 감호기간을 선택할 수 있는 법관의 재량을 배제한 점에서도 헌법 제12조 제1항에 위반된다는 반대의견을 피력하였다.
최광률 재판관은 재범의 위험성 요건을 누락하였던 구법 제5조 제1항 제1호가 폐지된 이상 그 법조에 대한 위헌판단은 불필요하다고 하여 그에 대하여만 각하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다. 사후경과
헌법재판소는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학계 등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였고 평의에 소요된 시간만도 무려 100시간이 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이 결정은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신체의 자유에 관하여 큰 획을 긋는 결정으로서 주목받았으며, 특히 제5공화국 초기 국가보위입법회의의 비민주적인 법제정에 대한 첫 번째 제동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한겨레신문 1989. 7. 15.;중앙일보 1989. 7.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