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적 기본권 및 형사관계에 관한 결정
92헌가10등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위헌제청 등
별칭 : 위헌결정의 소급효 사건
D92k010.hwp
판례집 5-1권 226면
가. 사건의 배경
이 사건은 형벌에 관한 사항을 규율하지 아니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의 장래효 원칙 규정에 대하여 합헌결정한 사건이다.
헌법재판소법(1988. 8. 5. 법률 제4017호) 제47조 제2항 본문은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로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조항과 관련하여 법원에서는 위헌결정의 소급효가 미치는 범위에 관하여 판례의 변천이 있었는데 즉 최초에는 '법원의 제청 또는 헌법소원의 청구 등을 통하여 헌법재판소에 법률의 위헌결정을 위한 계기를 부여한 구체적인 사건, 즉 당해사건'에 대하여만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장래효원칙에 대한 예외로 소급효를 인정하다가(대법원 1991. 6. 22. 선고, 90다5450 판결;대법원 1991. 6. 28. 선고 90누9346 판결) 그 후 소급효가 미치는 범위를 확장하여 이제는 '위헌결정 이후에 그 법률 또는 법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되어 법원에 계속된 모든 일반사건'에도 그 소급효가 미친다고 판시하기에 이르렀다(대법원 1993. 1. 15. 선고 92다12377 판결;대법원 1993. 1. 15. 선고 91누5761 판결;대법원 1993. 2. 26. 선고 92누12247 판결).
이 사건은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본문에 대한 1개의 위헌제청사건과 3개의 위헌소원사건이 병합된 것인데 그 중 일부 사건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후 그 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하여 법원에 제소된 사건이고(92헌가10, 91헌바7, 92헌바24) 다른 사건은 아직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나지 아니한 법률조항의 위헌을 주장하면서 그 법률조항에 근거한 처분의 취소를 주장하면서 법원에 제소한 사건이었다(92헌바50).
나.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본문의 규정을 특별한 예외를 허용하는 원칙규정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하여 합헌결정을 하였다.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위헌으로 선고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이 제정 당시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는가 아니면 장래에 향하여 효력을 상실하는가의 문제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헌법적합성의 문제라기 보다는 입법자가 법적 안정성과 개인의 권리구제 등 제반이익을 비교형량하여 가면서 결정할 입법정책의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입법자는 동법 제47조 제2항 본문의 규정을 통하여 형벌법규를 제외하고는 법적 안정성을 더 높이 평가하는 방안을 선택하였는바 이에 의하여 구체적 타당성이나 평등의 원칙이 완벽하게 실현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헌법상 법치주의의 원칙의 파생인 법적 안정성 내지 신뢰보호의 원칙에 의하여 정당화된다 할 것이고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이로써 헌법이 침해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법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의 효력에 관하여 헌법은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이 이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동 규정은 제1공화국 당시의 헌법위원회법(1950. 2. 21. 법률 제100호) 제20조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제2공화국 당시의 헌법재판소법(1961. 4. 17. 선고, 법률 제601호) 제22조 제2항과 제4, 5공화국 당시의 헌법위원회법(1973. 2. 16. 법률 제2530호) 제18조 제1항에 그대로 답습되었다가 현행법으로 이어진 것이다.
또한 어떤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경우 그 모습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며 헌법재판제도의 기능과 본질을 생각하여 볼 때 헌법재판이란 법률의 위헌결정에 의하여 구법질서를 송두리째 뒤집어 과거를 백지화하는 사회혁명적인 파장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고 하위법규를 국가의 최고규범인 헌법질서에 맞추는 전향적인 법체계의 형성이 원칙이고 다만 정의와 형평상 도저히 묵과되어서는 안될 경우에 최소한도로 기존의 질서를 허무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위헌결정의 효력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는 위헌결정에 소급효(ex tunc)를 원칙적으로 인정하면서 이를 부분적으로 제한하는 예(독일,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위헌결정에 장래효(ex nunc)를 원칙으로 하면서 부분적으로 소급효를 인정하는 예(오스트리아, 터어키 등)와 위헌결정에 소급효를 인정할 것인가를 구체적인 사건마다 결정하는 예(미국, 독일의 일부 주 등)가 있는데 비교법적 고찰에 의하더라도 법 제47조 제2항은 결코 세계에 유래가 없는 특수 입법례가 아니고 위헌결정에 장래효만을 인정하면서 부분적으로 소급효를 인정하는 두번째 형태의 입법례에 속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효력이 다양할 수 밖에 없는 위헌결정의 특수성 때문에 예외적으로 부분적인 소급효를 인정하는 것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 그 예외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구체적 규범통제의 실효성 보장의 견지에서 법원의 제청·헌법소원의 청구 등을 통하여 헌법재판소에 법률의 위헌결정을 위한 계기를 부여한 당해 사건, 위헌결정이 있기 전에 동종의 위헌여부에 관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을 하였거나 법원에 위헌제청신청을 한 경우의 당해 사건, 그리고 따로 위헌제청신청을 아니하였지만 당해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되어 법원에 계속중인 사건에 대하여는 소급효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구체적 타당성의 요청이 현저한 반면에 소급효를 인정하여도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없고 나아가 구법에 의하여 형성된 기득권자의 이득이 해쳐질 사안이 아닌 경우로서 소급효의 부인이 오히려 정의와 평등 등 헌법적 이념에 심히 배치되는 때에도 소급효를 인정할 수 있다. 어떤 사안이 후자와 같은 테두리에 들어가는가에 관하여는 본래적으로 규범통제를 담당하는 헌법재판소가 위헌선언을 하면서 직접 그 결정주문에서 밝혀야 할 것이나 직접 밝힌 바 없으면 그와 같은 경우에 해당하는가의 여부는 일반법원이 구체적 사건에서 해당 법률의 연혁·성질·보호법익 등을 검토하고 제반이익을 형량해서 합리적·합목적적으로 정하여 대처할 수 밖에 없다.
다. 사후경과
이 사건 결정이 선고되자 일부 언론에서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최근 대법원이 일반 민사·행정사건에서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확대 인정, 헌재법 제47조 제2항을 사실상 사문화해 온 데 대해 동조항의 합헌을 선언함으로써 대법원의 월권행위에 대해 헌법기관으로서의 명백한 입장을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논평이 있었다(문화일보 1993. 5.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