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선거관계에 관한 결정
92헌마153
전국구국회의원 의석승계 미결정 위헌확인
별칭 : 전국구의원의석승계 사건
종국일자 : 1994. 4. 28. /종국결과 : 각하
D92m153.hwp
판례집 6-1권 415면
가.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은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아 전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뒤 그 당적을 변경하는 경우에 의원직을 상실하고 그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의석승계결정을 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각하결정한 사건이다.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고도 당선 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당적을 변경하는 이른바 철새 정치인의 문제는 정치인의 정치윤리적인 면에서 뿐만 아니라 국민주권주의, 대의제도 등의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통일국민당은 1992년 3월 24일 실시된 제14대 국회의원총선거 결과 전국구의원 7인을 보유하게 되었으나 동년 6월 11일 소속 조윤형 전국구의원이 위 정당을 탈당하였다. 이에 위 정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전국구의원 의석승계결정을 신청하였음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구 국회의원선거법 및 국회법상 전국구의원으로 당선된 국회의원이 소속정당을 탈당한 경우 그 국회의원의 신분이 상실되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의석승계결정을 하지 않았다. 이에 위 정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국구의석의 승계결정을 아니하고 방치한 부작위의 위헌확인 등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8인 재판관의 다수의견으로 다음과 같이 특정 정당의 전국구의원이 그 정당을 탈당한 경우에도 그 의원직을 상실하지 아니한다고 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의석승계결정을 하여야 할 작위의무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하였다.
전국구 국회의원이 정당을 탈당함으로써 전국구의원에 궐원이 생기느냐의 문제는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 특히 전국구의원과 이들을 선출하는 국민의 법적 관계의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이냐에 달려 있다 할 것인바, 헌법 제7조 제1항의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라는 규정, 헌법 제45조의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라는 규정 및 헌법 제46조 제2항의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라는 규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헌법은 국회의원을 자유위임의 원칙하에 두었다고 할 것이므로 전국구의원이 그를 공천한 소속정당을 탈당하였다 하여 의원직을 상실하지는 않는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청구인정당 소속의 전국구 국회의원이 탈당하였다고 하더라도 의원직을 상실하지 아니하기 때문에 전국구의원에 궐원이 발생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설사 탈당으로 전국구의원에 궐원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국회의장으로부터 전국구국회의원의 궐원통지를 받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피청구인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에게 청구인 정당에 대하여 의석승계결정을 하여야 할 작위의무는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이에 대하여 김양균 재판관은 지역구의원인 경우는 헌법의 자유위임의 원칙상 법률의 규정으로도 의원직을 상실시킬 수 없으나 헌법의 실질적 국민주권주의와 선거권, 공무담임권, 정당조항, 지역구의석비례 전국구의원 선출제도 등을 종합할 때 전국구의원이 임의로 소속 정당을 탈당하였을 경우에는 그 전국구의원의 의원직은 상실되어야 하고 그러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국회는 헌법해석상 이러한 내용의 입법을 하여야 할 작위의무(헌법상 입법의무)를 위배하고 있는 것이므로 국가는 전국구 국회의원직 승계에 관한 보호의무를 적절한 법률규정을 마련함으로써 이행할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반대의견을 제시하였다.
다. 사후경과
이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우리 헌법이 국민과 그 대표자 사이의 법적 관계에 관하여 자유위임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으며 이 자유위임의 원칙은 지역구의원은 물론 전국구의원에게도 적용된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시각에서는 당적을 쉽게 옮겨 다니는 정치인들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았으므로 법원리로서의 자유위임의 강조가 현실정치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는 측면에서 비판이 있었다.
한편 이 사건이 헌법재판소에 계속되어 있던 중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92조 제4항에 전국구 국회의원의 경우에는 소속정당의 합당·해산 또는 제명 이외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변경하거나 2 이상의 당적을 가지고 있는 때에는 퇴직하는 것으로 보는 규정을 삽입함으로써 일단 입법적 해결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위 법률조항은 헌법상 자유위임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위헌성이 있다는 비판이 학계에서 제기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