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재산권 · 조세관계에 관한 결정
89헌마2
조선철도(주) 주식의 보상금청구에 관한 헌법소원
별칭 : 조선철도주식 사건
D89m002.hwp
판례집 6-2권 395면
가. 사건의 배경
이 사건은 특정 사안에 있어서 국회의 입법부작위에 대하여 위헌이라고 결정한 최초의 사건이다.
1946년 5월 7일 공포된 '재조선미국육군사령부군정청법령 제75호 조선철도의통일'은 제2조에 조선철도주식회사 등 사설(私設)철도회사의 전 재산을 수용하여 그 소유권이 조선정부에 귀속된다고 하면서 규정에 따라 적당한 보상을 지불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조선철도주식회사의 주식 67,166주를 소유하고 있던 대한금융조합연합회는 위 군정법령이 정한 손실보상을 받기 위하여 보상청구서를 제출하였으나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던 중 6·25 사변으로 관계서류가 소실되었다. 1961년 2월 11일 대한민국 교통부장관이 사설철도회사 주주의 등록을 하도록 공고하였는데 위 대한금융조합연합회의 업무와 재산일체를 인수한 농업협동조합중앙회는 이에 따른 등록을 마쳤다. 한편 농업협동조합중앙회는 1961년 10월 20일 청구외 갑에게 주식 59,176주과 그에 따른 보상청구권을 양도하였는데 갑은 1961년 12월 30일 조선철도의통일폐지법률(이하'폐지법률')에 의하여 군정법령이 폐지된 이후 보상절차가 중단되자 대한민국을 상대로 보상청구권확인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서울고등법원 및 대법원에서 승소하였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위 손실보상금의 확정·지급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법령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위 손실보상금의 지급을 거절하여 왔다.
청구인은 갑으로부터 위 주식 및 그 보상청구권을 양수한 다음 국가에 보상청구를 하였으나 거절되자 1989년 1월 11일 사설철도회사 재산의 수용에 따른 손실보상절차를 규정하는 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의 위헌확인, 보상금의 사정·확정절차를 취하지 아니한 행정부작위의 위헌확인 또는 폐지법률 자체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이 사건 심판청구를 적법하다고 하면서 '재조선미국육군사령부군정청법령 제75호 조선철도의통일'을 폐지한 조선철도의통일폐지법률(1961. 12. 30. 법률 제922호)이 시행되기 전에 위 군정청법령 제2조에 의하여 수용된 조선철도주식회사, 경남철도주식회사 및 경춘철도주식회사 재산의 재산관계권리자로서 동법령 제3조에 따라 같은 군정청 운수부장에게 보상청구서면을 제출하여 위 수용으로 인한 보상청구권을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확정된 자 또는 그 보상청구권을 승계취득한 자에 대하여 위 수용으로 인한 손실보상금을 지급하는 절차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하는 입법부작위는 위헌임을 확인한다고 선언하고 나머지 청구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하였다.
헌법에서 기본권보장을 위해 법령에 명시적으로 입법위임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경우 또는 헌법 해석상 특정인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입법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전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는 그 입법부작위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입법부작위 소송에서는 청구기간 제한이 없으며 수용으로 인한 보상청구권자는 폐지법률의 시행으로 현재까지 위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으므로 소멸시효는 진행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적법하다.
보상입법의 헌법상 입법의무 유무에 관하여 보면 공용을 위하여 사설철도회사의 재산을 수용하면서 그 수용에 대한 보상규정을 둔 군정법령이 제헌헌법의 재산권 보장조항 등에 저촉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군정법령은 제헌헌법 제정 후에도 폐지되기 전까지 대한민국의 법령으로써 효력을 가졌음이 명백하다. 그런데 군정법령 제4조, 제5조에 따른 보상절차가 이루어지지 않은 단계에서 폐지법률에 의하여 군정법령이 폐지됨으로써 대한민국의 법령에 의한 수용은 있었으나 그에 대한 보상을 실시할 수 있는 절차를 규정하는 법률이 없는 상태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바 대한민국의 법률에 근거한 수용에 대하여는 그 보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야 하는 입법자의 헌법상 명시된 입법의무가 발생하였고 대한민국은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있다.
그런데 입법자는 헌법에서 구체적으로 위임받은 입법을 거부하거나 자의적으로 입법을 지연시킬 수는 없는 것이므로 가령 입법자가 입법을 하지 않기로 결의하거나 상당한 기간내에 입법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입법재량의 한계를 넘는 것이 된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30여년이 지나도록 그 보상을 위한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은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를 고려하더라도 그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라 할 것이다.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이 법령에 의하여도 인정되어 그 존속이 보장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보상액의 확정 등 보상절차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지 않음으로써 위와 같이 법령에 의하여 구체화된 헌법상 재산권을 실질적으로 실현불가능하게 내버려 두는 것은 제헌헌법 이래 재산권을 보장하는 헌법규정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다.
다. 사후경과
이 결정은 국회가 행사한 입법의 내용 자체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특정한 입법을 하지않고 있는 행위 자체도 헌법의 규범적 판단 아래 놓여 있다는 것을 선언하여 헌법의 우위성과 헌법상의 법치주의를 명백히 한 것이다.
신문들은 최초의 입법부작위에 대한 위헌결정으로서 이 사건의 의의를 보도하였고, 일제시대 사설(私設)철도의 주주들에게 48년만에 보상금 청구서가 되살아난 것을 관심있게 보았다(경향신문 1994. 12. 31. 등).
이 결정에 대한 평석으로 다음과 같은 것이 있었다. 첫번째 견해는, 이 사건 결정은 이미 구체화된 손실보상청구권에 관하여 그 보상절차에 관한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위헌이라고 판시했으므로 손실보상청구권의 법적 성질에 관한 대립되는 학설 중 위헌무효설을 수용한 듯한 인상을 주지만 수용처분 자체가 위헌이라고 판단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위헌무효설의 논거를 전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며 행정부가 청구인의 손실보상청구를 거부한 것에 대한 위헌적 의무불이행에 대한 판단이 생략됨으로 말미암아(그것이 선택적 청구사유였던 점은 인정한다) 조속한 입법이 없을 경우 청구인이 과연 어떠한 방법으로 권리구제가 이루어질지가 불명확하다고 한다(홍준형, 손실보상의 법적 근거, 판례월보, 1995년 6-7월호). 두번째 견해는, 이 결정은 헌법재판의 발전가능성을 한단계 끌어올린 결정이며 권리귀속에 관한 소명만으로 자기관련성을 폭넓게 인정한 것인데, 이유에 있어서는 헌법해석상 나타나는 국가의 보호의무를 우선적으로 판시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하였다(이석연, 입법부작위 헌법소원에서 헌법판단의 범위, 서울지방변호사회, 판례연구 제9집, 1996).
그런데 국회는 이 결정이 난 이후 아직까지 문제된 보상금 관련 법률을 제정하지 않고 있다.
한편 이 사건 이후 헌법재판소는 행정입법부작위에 대해서도 위헌선언을 한 바 있다. 1998년 7월 16일 선고한 96헌마246 전문의 자격시험 불실시 위헌확인 사건에 대한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의료법과 전문의의수련및자격인정등에관한규정의 위임에 따라 치과전문의자격시험제도를 실시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할 행정입법의무가 존재함에도 정당한 이유없이 장기간 이를 지체하고 있는 것은 위헌이라고 선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