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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적 기본권 및 형사관계에 관한 결정 95헌가5 반국가행위자의처벌에관한특별조치법 제2조 제1항 별칭 : 반국가행위자 특조법 사건 종국일자 : 1996. 1. 25. /종국결과 : 위헌

D95k005.hwp 판례집 8-1권 1면

가. 사건의 배경
이 사건은 유신헌법 시절 제정된 반국가행위자의처벌에관한특별조치법이 헌법상의 적법절차 원칙과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결정한 사건이다.
위 법률 제7조 제5항은 피고인이 정당한 이유없이 재판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하면 피고인의 출석없이 개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고 동조 제6항, 제7항 본문은 궐석한 피고인을 위하여 변호인 또는 보조인은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고 법원은 최초의 공판기일에 공소사실의 요지와 검사의 의견만을 듣고 증거조사도 없이 결심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을 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으며 동법 제8조는 행위자가 검사의 소환에 2회 이상 불응한 때에는 각 죄에 정한 형과 행위자의 재산의 몰수형을 병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위 법률은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당시 미국에서 공개리에 박정희 대통령을 비난하는 활동을 하다가 1975년 파리에서 실종된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에 대한 처벌 내지 국내재산몰수를 목표로 삼은 것이었다.
김형욱은 이 법률에 따라 1982년 궐석재판(闕席裁判)으로 서울형사지방법원에서 징역 7년 자격정지 7년형과 전재산몰수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동인의 처는 1990년 5월 16일 위 법원의 판결에 대하여 상소권회복청구를 하면서 상소를 제한하던 동법 제11조 등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위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1990년 11월 9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90헌바35). 헌법재판소는 1993년 7월 29일 피고인이 체포되거나 임의로 검사에게 출석한 때에 한하여 상소를 할 수 있도록 한 위 법률 제11조 제1항과 형사소송법상의 상소권회복청구를 제한한 동법 제13조 제1항의 해당규정은 적법절차원칙과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위헌선언하였다.
이에 따라 1993년 11월 상소가 재개되어 서울지방법원에서 항소심 재판이 이루어지던 중 김형욱의 처는 김형욱을 제청신청인으로 하여 위 법원에 동법 제7조 제5항, 제6항, 제7항 본문, 제8조 등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고 법원이 그 일부를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나.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반국가행위자의처벌에관한특별조치법 제7조 제5항, 제6항, 제7항 본문, 제8조를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다음 위 각 조항이 위헌으로 실효될 경우 동법상의 재판절차에 관한 나머지 규정들의 시행도 불가능하게 된다고 하면서 헌법재판소법 제45조 단서규정에 의해 동법 전체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하였다.
적법성여부에 관하여 보면, 제청신청인 김형욱이 이미 사망하였을 개연성이 높으나 사망하였다는 입증도 없고 이 사건 심판제청의 경우 재판절차가 중지되어 아직 법원의 종국재판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므로 위헌법률심판절차는 그대로 진행될 수 있다. 또한 반국가행위자의처벌에관한특별조치법 제7조 제6항이 대리인에 의한 형사재판절차 참여를 금지하고 있으나 이는 헌법재판소법에 의한 헌법재판에까지 적용될 규정이 아니므로 이 부분 제청절차에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위 법률 제7조 제5항은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으로 하여금 처음부터 의무적으로 궐석재판을 행하도록 하고 있으며 재판의 연기도 전혀 허용하지 않고 있어 중형에 해당하는 사건에 대하여 피고인의 방어권이 일절 행사될 수 없는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되도록 규정한 것이므로 그 입법목적의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서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한 것이다. 또한 중형에 해당되는 사건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출석기회조차 주지 아니하여 답변과 입증 및 반증 등 공격·방어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피고인에게 불출석에 대한 개인적 책임을 전혀 물을 수 없는 경우까지 궐석재판을 행할 수 있다는 것은 절차의 내용이 심히 적정하지 못하여 적법절차의 원칙에도 반한다.
위 법률 제7조 제6항, 제7항 본문은 동법이 규정한 죄 중 많은 죄의 법정형이 사형·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중형에 해당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변호인도 출석시킬 수 없고 증거조사도 없이 실형을 선고받도록 규정하였는바, 이는 공격·방어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당하는 것이므로 적법절차의 원칙에 반하고 동법의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이상으로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사법(司法)의 본질은 법 또는 권리에 관한 다툼이 없거나 법이 침해된 경우에 독립적인 법원이 원칙적으로 직접 조사한 증거를 통한 객관적 사실인정을 바탕으로 법을 해석·적용하여 유권적인 판단을 내리는 작용이다. 우리 헌법은 권력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을 위하여 명시적으로 규정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입법부에게 사법작용을 수행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위 법률 제7조 제7항 본문은 법원으로 하여금 증거조사도 하지 말고 형을 선고하도록 하고 있어 헌법이 정한 입법권의 한계를 유월하여 사법작용을 침해하고 있다.
위 법률 제8조에 따른 몰수대상재산은 형법과 기타 형사법상의 경우와는 달리 동법상의 범죄구성요건과 직접적 또는 간접적 연관성이 없고 피고인이 출석하지 못하는 사유는 본인이 공판기일이 공고된 것을 모른 경우나 사망·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 등 본인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동조가 반국가행위자의 고의적인 소환불응을 범죄행위라고 규정하는 취지라 해도 이러한 행위에 대해 전재산의 몰수라는 형벌은 행위의 가벌성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워 적정하지 못하고 일반형사법체계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결국 동조항은 행위책임의 법리를 넘어서 자의적이고 심정적인 처벌에의 길을 열어 둠으로써 형벌체계상 정당성과 균형을 벗어나 적법절차 및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
뿐만 아니라 동법 제8조는 동법 제10조의 규정과 관련하여 친족의 재산까지도 검사가 적시하기만 하면 증거조사없이 몰수형이 선고되게 되어 있으므로 헌법 제13조 제3항에서 금지한 연좌형이 될 소지도 큰 것이다.
다. 사후경과
이 결정은 아무리 반국가적인 행위를 한 피고인이라 할지라도 적법절차에 따른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헌법정신을 명백히 한 의미가 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만들어진 반국가행위자의처벌에관한특별조치법은 특정인을 겨냥하여 처벌하고 재산을 몰수하기 위하여 기존의 형사법 체계에 반하고 법이론적으로도 무리한 입법을 한 것이었다. 김형욱 외에는 동법으로 기소되거나 처벌된 사람이 없었다.
이 결정 이후 재개된 항소심에서 검찰은 공소장을 변경하여 김형욱의 혐의에 반공법 제4조 제1항(반국가단체 찬양, 고무, 동조죄. 현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에 해당)만을 적용했는데 1996년 8월 27일 서울지방법원은 김형욱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고 검찰이 상고를 포기함에 따라 확정됐다. 몰수되었던 재산에 대해서는 1997년 2월 25일 김형욱측이 서울 삼선동 2번지 대지 4백여평에 대해 국가와 주민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하였고 그 후 1998년 2월 22일 국가를 상대로 한 다른 소송에서도 승소함에 따라 몰수재산을 되돌려 받았다.
한편 궐석재판제도는 최근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사건에서도 다루어 진 바 있다.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23조는 "제1심 공판절차에서 피고인에 대한 송달불능보고서가 접수된 때로부터 6월이 경과하도록 피고인의 소재를 확인할 수 없는 때에는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피고인의 진술없이 재판할 수 있다. 다만, 사형·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97헌바22 위헌소원 사건에서 동 규정의 위헌성이 문제되었다.
헌법재판소는 1998년 7월 16일 이 규정에 대하여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중형이 선고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그 적용대상이 너무 광범위하며 피고인의 불출석 사유를 구체적으로 따지지 아니한 채 획일적으로 궐석재판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으므로 비록 정당한 입법목적아래 마련된 법률조항이라 할지라도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그 절차의 내용이 심히 적정치 못하여 적법절차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위헌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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